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책 링크(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8448450
서문
2020년부터 22년 중순까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통증으로 일상생활과 개발 모두 어려웠고, 답변하지 못한 이메일도 많았다. 다행히 지금은 지속적으로 호전 중이다.
그렇게 쌓인 메일 중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대학 시절 "인간 가치의 탐색"과 "우리가 사는 세계" 수업을 이끌었던 박상용 교수님이 직접 쓴 책을 권해주셨다.
당시 나는 세상에 부정적이었고, 사람을 내가 배우고 싶은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으로 단순하게 나누곤 했다. 그런 모습을 아는 교수님에게 연락을 받으니 부끄럽기도, 반갑기도 했다. 스스로를 엔지니어보다 아티스트로 여기던 내게 교수님의 철학 수업은 오래 남았다. 지금 나에게 게임 개발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수업이다.
메일을 받고 곧장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건강 문제와 게임 출시 일정으로 소감을 미뤘다. 늦었지만 읽은 감상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
이 책은 개인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개인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갈 방법을 제시한다. 고전과 사건을 통해 개인주의의 정의와 역사를 짚고, 현대의 왜곡된 모습을 살핀 뒤 실천의 사례로 나아간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지낸 저자의 시선은 익숙한 한국 사회를 다시 보게 한다. 나 역시 유럽인, 미국인 연인들과 시간을 보내며 남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삶을 사는 편안함을 경험했기에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일부 장에서는 독일의 기준을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 사회에 느끼던 불만을 철학적인 언어로 정리해준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창작보다 이미지가 앞설 때
나는 어디서나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에 불만이 있다. 무언가를 깊이 만들어내는 노력보다 남에게 곧바로 자랑할 수 있는 이미지가 더 쉽게 인정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내 고민과 책의 내용이 만났다.
가치 있는 작업에 헌신하는 창작자도 사명감만으로 삶을 계속 희생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존중과 물질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비교를 원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되는 환경은 그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창작자가 지쳐 떠나고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가 그 자리를 채울수록, 이미지만 소비하고 생산하는 순환은 더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강해지는데
사람을 달로 보내고 소외된 사람에게 도구를 쥐여준 과학과 공학이,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향수와 자동차 광고를 더 노출하는 일에 많은 역량을 쏟는다는 사실이 아쉽다. 기술이 인문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사람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는 문제를 다룬 대목에 공감했다.
혼자 창작할 시간을 지키기
창작에는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으로 늘 연결된 환경에서는 연결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대신, 소비를 통해 빠르게 인정받으려는 유혹도 커진다.
타인을 나를 부러워해줄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서로를 배려할 여지도 줄어든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가사 중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가 이 순환을 노래로 표현했다면, 이 책은 철학으로 풀어낸다고 느꼈다.
이를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정부 문서도 카카오톡으로 오고,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연결에서 독립하려 하면 사회적 편의에서 멀어지고, 그 안에 머무르면 비교와 자랑에 시간을 쓰게 된다.
나는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살고 싶지 않다. 자랑을 주고받느라 고립되기보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혼자 있고 싶다. 창작한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 필요한 고독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풍경을 놓치고, 소비뿐 아니라 경험까지 타인과의 차이를 증명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분위기는 여전히 답답하다. 이런 불만을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이 재미있었다.
개인주의를 연습한다는 것
아쉬운 점도 있다. 개인주의를 여러 고전과 사례로 설명하다 보니, 이 책이 권하는 실천을 단 하나의 메시지로 소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법은 애초에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제시하는 인문학과 교양은 여러 질문과 오답을 거치며 자신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일이 중요하고, 거기에는 묵묵함이 필요하다.
보여주기 위한 삶에 답답함이나 분노를 느낀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