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내가 보는 세상, 일기

현실은 플레이 할 만한 게임인가? – (feat 신만이 아는 세계)

현실의 예측 불가능성에 요즘 많은 고민을 하면서 프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주저리 주러리 글이나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자.

이럴때는 신만이 아는 세계 라는 만화가 꼭 떠오르게 된다.

신만이 아는 세계 는 내가 가장 몰입했던 만화 중 하나다.

작가가 방황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한 주인공 캐릭터, 카츠라기 케이마는 내가 심정적으로 가장 동기화 된 캐릭터 이기도 하다.

케이마는, 작품 내내, ‘게임은 무질서 속에서도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들여 패턴이 파악이 된다. 게임은 완벽한 엔딩으로의 가장 완벽한 루트를 추측할 수 있는데 현실은 예측 불가능하고 정당한 보상이 없는 쓰레기 게임이다’ 라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보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상에 일관성이 없어 액션-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보상이 없을 수도 있고 있을수도 있고, 적을수도 ,많을 수도 있다. 즉 추측 불가능하고 예고가 없다는 뜻에 가깝다.

주인공은 오타쿠 계열의 캐릭터들이 현실에 좌절하는 것과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이자, 함락신인 케이마는 극단적으로 뛰어난 명석함을 보이는데, 이 명석함의 출처가 굉장히 재밌다. 작중 히로인들에게 영어 시험 벼락치기를 대비시키는 모습을 보면, 케이마는 영어 교과서를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단 영어 시험을 내는 교사의 기출문제와 성격과 행동을 기반으로, 문제 패턴을 파악한 다음 출제 가능성 높은 기출문제를 즉석해서 도출한다. “이 범위를 벗어날리가 없다” 라는 확신과 함께.

케이마는 작품 내내 극단적인 예술가 경향을 보인다. 다만 그 극한의 추구 대상이 미소녀 연애 게임일 뿐이다. 그런데 왜 미소녀 게임을 극한으로 추구할까? 그는 게이머로서, 패턴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케이마는 작품 내내 현실의 사건들을 강박적으로 패턴화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가장 빠르고 간결한 해결책을 찾아 작품의 현실 문제 대부분을 해결한다. 실제로 게이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달된 능력이, 추상화와 패턴화 라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라프 코스트의 재미 이론 이라는 책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에서는 작품 이름인, “신만이 아는 세계” 의 의미가 드러난다. 주인공만이 1권 부터 완결 까지의 모든 사건들을 관통하는 진실을 파악했기에, 그 세계는 케이마(함락신) 만이 알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거기에 내 의견을 더하면, 케이마가 보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패턴화 된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이어진다. 그 세상을 주인공만이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케이마는 정말로 현실 “따위”를 하찮게 보며, 세상을 “예술적인 아름다움(=2D미소녀)” 과 “그 외의 멍청한것” 으로 나누어 보는 이분법 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 방식은 스티브 잡스가 극단적으로 추구했던 시각과 매우 유사하다. (잡스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영웅 아니면 멍청이로만 분류했다)

스티브 잡스는 평생 불안정성과 격렬한 감정을 추구했던 남자다. 하지만 케이마는 극단적으로 예측 가능성을 추구한다.

(당장 머무르는 곳에 책이 없어서 캡쳐샷은 퍼옴)

하지만 케이마 또한 최종권에서 현실의 예측 불가능성을 “현실은 쓰레기 게임이지만, 플레이 할 가치가 있다” 고 하며 사랑하게 된다.

단 확실히 해둘것은, 케이마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순수한 영혼을 목격하게 하는 것은 이미 패턴화가 되어있거나, 패턴화 하기에는 너무 간단해서 시시한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노력을 들여서 추측하고 치밀하게 시도할때, 혼돈만 가득한 불확실성에서 어느 순간 패턴을 보이는 순간에 감동을 느낀다.  어려운 게임의 도전과제를 수십번의 시도 끝에 결국 클리어하는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다.

즉 “당장보기에는 일관성이 없고, 무질서해 보이면서”, 동시에 “해결가능한 풀이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한” 것을 만족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현실은 그에게 쓰레기 게임인 것이다.

너무 높은 난이도의 게임을 처음 만났을 때, 격렬한 동기를 느끼다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게이머는 수십번 수백번 시도해도, 패턴화가 안되는 경우 좌절하게 된다. 즉 무질서는 도전의식을 느끼게 하지만, 결국 패턴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것은 처음부터 쓰레기 인것이 되는 것이다.

유명한 케이마의 어록이 있다.

엘시: 여자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현실의 여자아이는 무척 복잡하답니다.

케이마 : 흥. 복잡하면 우월하다는 생각은 버려! 애매한 걸 갖고 복잡하네 뭐네 철판깔고 나오니까 현실의 여자는 게임의 여자를 못 당하는 거라고!

(* 절대 블로그 주인장의 의견이 아니다)
재밌게도, 현실의 여자보다 게임속 2D 여자가 나은 이유는, 현실의 여성에게 특정 요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여성은 패턴화 하기 힘든 요소가 너무 많아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복잡한 현실 보다 간결한 추상화 모델이 더 우월한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스티브 잡스는, 간결함을 추구하고 제약을 걸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요소만 남게 된다고 했다. 더욱 탁월하게 된다고 했다.

게임은 현실을 추상화한 모델이다. 게임을 만들때는, 규칙을 만드는데 불필요한 현실의 정보는 제거한다.

케이마는 작중 대사로, 현실에는 절망 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절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게임처럼 굿엔딩으로 가는 최적 루트가 보이면, 그 루트가 당장은 타인에게 피해주거나 나쁜사람이 되어도 필요한 일이라는걸 아니까 동요없이 할 수 있다.

작중 내내 케이마는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선택 뒤의 세계”를 유일하게 패턴화를 통해서 완벽에 가깝게 파악하는 인물이다. 신만이 아는 “세계” 를 알고 있는 신이다. 결과를 알면, 필요한 행위를 동요없이 할 수 있다. 그것을 당장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중요 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기계적인 패턴화를 통해 선택한 것 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부담과 동요를 느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패턴화 불가능한 현실 그 자체를 의미하는 코사카 치히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 그것이 밝혀진다.

(언젠가) 이후 글에 계속…

  • saru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