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경희대 컴공이 매우 마음에 안들었었다. 매일 눈을 뜨면 자퇴부터 고민했다. 학과 수업이나 문화가 마음에 안들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학과 구성원들이 마음에 안들었다. 프로그래머는 원래 불만이 많다. 그러니 환경과 문화는 다른 곳에 비해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확실히 문제였다. 하라는 코딩은 안하고 암암리에 남들에게 군대 문화나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별로 좋아하지않는데 컴공에 왔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신선함이 없었다.
올해 2월 컴공을 드디어 졸업하면서, 이제 다시 보니 컴퓨터 공학과의 새로운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 여전히 컴퓨터 공학보다 학풍이 자유로운 소프트웨어 융합 학과가 좀 더 마음에 들지만.
신입생들의 *토끼겅듀* 지수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입학전에, 유튜브나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독학해서 어린나이에 취미 프로젝트로 상용 프로그램 개발하고 배포한 경험자가 정말 많아지고 있다. 수준 높고 자유롭다.
그러니 유튜브가 애들을 망치느니, 세대를 거듭할수록 집중력이 없다니 다 헛소리다. 유튜브를 보고 공부한 아이들이 윗세대보다 멍청해야 하는데 더 똑똑하니까.
오히려 매년, 신입생 중 실력자 퍼센티지가 증가하는 모멘텀이 급격히 늘어나서 내 세대의 컴공 졸업생 중 보통 사람들은, 뛰어난 5~7년 뒤의 후배들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현시점에서는 교수들의 고민이 많아 보인다. 신입생의 탈을 쓴 고인물들에게 기존 교수법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 소프트웨어의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소프트웨어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컴퓨터 공학과 소프트웨어 융합학과에 몰려 상황이 더 악화될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은 부분도 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경우에서, 후세대가 대부분의 면에서 우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신입생이 선배들보다 뛰어남을 증명해서 즐겁다.
전반적으로 좋은 현상이지만, 실력격차가 미친듯이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 신입생으로 와서 이미 잘하는 사람들의 퍼센티지는 이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났고 그들의 평균 실력도 미친듯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못하는 사람은 더 못하게 된것 같다. 난 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폭발할까 무섭다.
그리고 기존 전자대학, 컴퓨터 공학 학생회가 전반적으로 해커나 하드코어 프로그래머들을 강하게 배척하는 문화가 남아있어서, 신입생들이 그런 문화에 융화될 필요는 없겠지만, 실력자 신입생들이 일종의 분노나 박탈감을 느끼게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여간,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소프트웨어 대학의 문화나 실력이 계속해서 개선될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 가속이 계속 빨라지고 있어서 나 같은 구세대😂들은 하드코어한 후배들의 실력을 어떻게 흡수하고 뒤 따라가야할지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