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이니까 완벽함에 대한 공포가 있다. 하지만 그걸 통제할 줄 안다.
완벽함에 대한 공포가 어디서 오는지 아는가? 그건 내면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엔 언제나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변명부터 했다. "잠깐! 아직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어!"
과거에 내가, 튜토리얼 비디오들을 만들때 느꼈던 사례를 들자면..
- "젠장 목이 쉬었네, 완벽한 목소리로 녹화할 수 없어! 오늘은 쉬자"
- "오늘은 기분이 안좋아서 목소리가 힘이 없을거야"
- "대본을 충분히 쓰지 않아서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녹화됬네! 미루고 나중에 다시 리셋해서 하자"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타인에게 자신의 가장 완벽한 버전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가장 준비된 순간"이 오기전까지 모든 것을 시작 조차 안하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SNS에 짧은 글을 쓰거나 독서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건 가장 완벽한 버전의 자신, 가장 준비된 상태로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역설적으로, 그런 상태야 말로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 준비가 된 상태다.
완벽함에 대한 공포가 필요 없다는게 아니다.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화력이 무척 세다. 이것을 내 앞에 두지 말고, 내 뒤에서 나를 밀도록 해야 한다.
그 순서가 중요하다. 절대, 절대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완벽함에 대한 공포가 와선 안된다. 그러면 준비만 영원히 하다가, 가장 완벽한 시작 지점을 기다리기만 하다가, 시작 조차 못한다.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반드시, 무언가를 이미 진행하는 도중, 또는 무언가를 완성한 다음에 와야한다. 그러면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나를 미는 힘이 된다. 무언가를 완성한 다음,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 불만족해서 다음 번에는 더 낫게 만드는 힘이 된다.
즉, 무언가가 하고 싶은게 생긴 순간에 완벽함의 공포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상태에서의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누구보다 더 잘해야한다"라는 동기가 된다.
그러니까 완벽함에 대한 공포는 나쁜게 아니지만, 내 앞에서 '시발점'을 막도록 해서는 안된다. 일단 시작한 다음, 나를 뒤따라 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시작하기 직전의 완벽함에 대한 공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일은, 타인의 생각과 평가를 신경쓰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