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게임 개발 지망생들에게 가끔 메일이 오는데, 미천한 본인이지만 나름 답변을 잘하려 노력했다.
특히 내가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예전의 나처럼 이것저것 예술쪽과 기술쪽 모두 많이 건드려봐서 해본건 많고 커뮤니티에 투고한 작품들도 있고 아트 감각도 뛰어나고 기술의 이해도 있지만, 프로의 결과물을 낸적이 없고, 분명한 직업 포지션이 없을때.
즉 넓고 얕게 였음.
그때 나는 한번에 여러개를 하지 맙시다. 가장 중요한 하나만 합시다. 그건 하나를 끝까지 해볼 용기와 믿음이 없어 이것저것 건드리는 거에요.
라고 매번 답해줬었지.
다른 예술적인 분야에 열정이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영화같은 게임) 그걸 기술과 융합하는거랑, 뭘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직업도 분명한 작품도 없이 망하는 거는 서로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 부터 영화 같은 게임에 사로잡혀서 매일 게임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공상에 빠졌고, 영화 제작에 빠져 거의 잠을 자지 않아서 부모님이 컴퓨터를 부숴버리고 집어 던졌었다.
아마 게임 개발자가 안됬으면 영화 감독이 됬을거라 생각.
당시에나 지금이나, 영화 같은 게임, 특히 컷신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직업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요즘도 그런 포지션은 구체적인게 아니라서 아트와 기술 등 어느 분야를 가야 하는지 방황을 많이 했다.
본래 영상 계열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포트폴리오도 있지만, 비디오 게임 업계에 들어가려면 분명 기술 쪽을 잘 해야 했었다.
특히 넓고 얕게 가야 하냐는 생각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트와 프로그래밍 둘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한 분야를 깊게 파보는데 필요한 인내와 용기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닫고, 먼저 게임 프로그래밍을 깊게 파기로 했다.
먼저 기술에 집중하여 개발자로서의 일에 시간 대부분을 쓰지만, 영화 같은 게임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언젠가 코지마 히데오 처럼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드는게 인생의 목표.
아래는 내가 게임 개발 지망생 (고등학생) 에게 보내주었던 메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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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분명이 말하고 싶은건, 특출나게 한가지를 파지 않고 주변 여러가지를 얕게 파온 것, 그런 것들은 결국 경력이나 쌓아온 유산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을 분명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즉 저는 디자인도 하고, 영상도 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프로그래밍도 했지만, 대부분 어중간하게 해온 것이라서 대부분의 결과물이, 영상 작품 중 극히 일부를 빼고는, 프로들의 눈에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인정했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결국 님이 혼자서 모든걸 한다면 몰라도, 실제 직업의 세계로 간다면 하나의 전문분야가, 모호하게 여러 분야를 아는 것 보다 백만배 낫거든요.
창작자의 딜레마죠. 그저 창작자로서 뭔가 아마추어 단계로 할때는 이것 저것 만져보고 직접 해보는 것이 좋은데, 직업으로서 프로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려면 결국 한가지에 대해 전문가가 되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디자인이나 뭐 영상, 그런 아트 적인 부분에서 활약했던 것을 과감하게 미련을 버리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프로그래밍 부분보다 이 부분을 어렸을때 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더 많이 했으면서도요. 이것저것 다 할 순 없었고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결국 한가지, 프로그래밍 이라는 것에 집중해야 했거든요.
그게 굉장이 최근 일, 첫 작품을 개발하기 직전 이야기입니다. 최근까지도 님과 같은 고민을 한거죠. 지금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막 디자이너나 영상 제작자로서도 감각이 있는 게임 감독, 프로그래밍도 하는 기획자 뭐 그런 환상도 품었었죠.
지금은 제가 예전에 재능이 있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랬었던, 프로그래밍외 다른 모든 부분들을-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정도 해주었던 결과물들이 아깝지만, 미련을 버렸습니다.
여전이 제 소중한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놓았지만, 여기에 묶이지 않겠다 맹세한것이죠.
물론 첫 작품은 정말 적은 인원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제가 디자인이나 홍보, 영상들도 다 맡았지만, 마음속에서 “디자인+개발자 디발자”, “멀티 플레이어” 라는 것들의 환상을 버리고 온전한 개발자로서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앞서 말한 저런 것들은 부과적인 일로 생각하고요.
결국 제가 여기를 통틀어 말해온 단어는 이것이죠.
디자인도 좋고, 영상 UCC도 다 좋습니다. 하지만 완전이 디자이너 타이틀을 달게 아니면, 이것들을 취미로 즐겨도 상관없으나 눈앞의 목표는 단 하나에 집중하세요. 게임 프로그래머.
즉 커리큘럼을 고민하나, 프로그래밍이란 틀 안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게임 개발자가 목표라면 게임을 하나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프로그래밍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너무 방황했습니다. 제가 만약 두번째 인생이었다면, 영상/디자인계열이나, 프로그래밍 계열 둘 중 반드시 하나를 먼저 선택해서, 일단 먼저 그 하나에 정통하기 위해 힘쓸겁니다.
물론 정말 자신이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만 하는지, 너무 많은 소리가 머릿속에서 서로 자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죠. 그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제일 우선입니다. 무엇에 (옛날에) 재능이 있었다고 믿고 있는지는 사실 후자구요.
왜냐고 묻는다면, “아 내가 이런 재능이 (어렸을때, 젊었을때) 있었는데, 다른 곳에 도전하고 싶지만, 거기에 도전하면 이전 분야에서의 재능들, 그 당시의 내 결과물들이 너무 아까워” 라는 식으로 과거에 묶이게 되버리니까 집중이 안됩니다.
근데 진실은, 영원이 참고할 수 있는 지도는 없더라구요, 환경이 바뀌면 적응해야 하고, 과거의 것들, 심지어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던 재능까지도 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재밌는 부분인데, 과거의 재능과 꿈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했을때, 의외로 과거에 버렸던 재능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의외로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미련이라는 것이 자신의 진짜 재능과 발전을 저하시키고 있던 것이죠.
결국 제 충고는 이러합니다.
조급해 하지마세요. 그리고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우직하게 게임 프로그래밍 중심으로 밀고 나가세요.
운이 좋으면 프로가 되기전에 진정 인정받는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수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프로가 되기전에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 수 없고, 프로가 된 후에야 기회를 가지게 되겠죠.
하지만 저건 순전이 운에 달린 일이며, 결국 한 분야의 프로가 된다면 기회가 오는 것 자체는 분명합니다. 단지 운이 나쁘면 프로가 되기전에 미리 대박칠 확률이 적다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