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2017년을 되돌아 보는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무언가를 시간을 들여 회상하고 정리하는 것은 심적 부담이 크더라구요. 적다가 지쳐서 일단은 2017년에는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만 적어놓기로 했습니다.
2017년은 어떤 해였나?
2017년은 한마디로 하면,
올해 끝내야 할 모든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전부 완결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가지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어 최소 2주의 시간을 소요하는 것을 프로젝트로 생각합니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Loose End 없이 제대로 완결낸 갯수를 대충 세어보니 못해도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 완료 했습니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부족한 것과 넘치는 것으로 가득했지만, 해야할 일들 대부분을 그 해에 모두 끝냈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었어요.
ZTD - Zen To Done 방식 도입
제대로 프로젝트들을 많이 매듭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히 책에서 발견한, 선불교에서 파생된 작업관리 비법인 ZTD - Zen To Done 방식을 실천하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 가장 중요한 단 한가지만 한다.
- 한번에 단 한가지만 한다.
- 중요하지 않은 다른 것들은 전부 무시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복잡하고 모호하게 뭉쳐놓지 않고, 프로젝트를 다시 태스크 단위로 명확하게 쪼개기 때문에 어느정도 GTD 와 비슷하지만, 중심 사상이 완전이 다릅니다.
- 직관이 하고자 하는 것 외에는 전부 쓰레기라서 할 필요가 없고
- 남이 부과한 의무따위도 하지 않고
- 당장 직관이 하고자 하는 일 하나만 하며
- 그것이 끝나기전에는 어떠한 '큰일'이 날수 있어도 싸그리 무시하고
- 눈앞의 하나의 목표만 완수하는 것
- ... 그리고 무조건 한번에 단 하나만 하는것이 가장 중요!
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정보를 인위적으로 무시하는 훈련이 좀 필요하죠.
사람은 싱글 태스크에 최적화 되있으며, 무언가를 온힘을 다해 몰입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양산하게 되니까요. 멀티 태스킹을 하면 쓰레기가 나옵니다.
어차피 부과된 모든 일들을 죄다 다 완수하는건 불가능하니, 무언가를 안하면 '큰일'이 나더라도, 그건 나중에 걱정하고 지금 눈앞의 목표달성만 해야죠.
이 방식의 재밌는 점은, 그런식으로 남들의 부탁이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죄다 쓰레기통에 처박아놓고 '응 안해~' 라고 말하라 하는데, 실제로 이런식으로 행동했더니 의외로 내 직관이 원하지 않는 일을 죄다 안해도 후폭풍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그 모든 집중력을 한번에 단 한가지 씩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서 처리하는 것이죠.
ZTD - 세가지 프로젝트 방식
머릿속에 못끝냈다고 마음에 걸리는 모든 작업과 프로젝트를 죄다 대기큐에 쏟아놓고, 그중에서 한번에 단 세개의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한 순간에 단 한 프로젝트의 작업만 수행가능합니다.
다른 두개는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긴 하는데, 한번에는 단 하나의 프로젝트만 당장 집중해야하는 것이죠.
이상적으로는 한번에 단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병목현상이 생기거나 타인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등, 어쩔수 없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두개의 프로젝트를 예비로 두는 것입니다.
병목현상 등이 발생할때 현재 프로젝트를 대기 프로젝트로 보내고, 대기 프로젝트의 두개중 하나의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당분간은 그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하는 단 하나의 프로젝트가 됩니다.
주의해야할 점은, 세개 중에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절대 다른 프로젝트를 새로 빈자리에 바로 채워넣으면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세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야만, 새로 한번에 세개의 프로젝트를 대기큐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완결냈습니다. 이것저것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갯수만 늘리면서 단 하나라도 제대로 못끝내는 힙스터같은 모습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제대로 끝내는 것이 제 목표가 되었으니까요.
ZTD 방식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글이 길어질테니, 이부분은 ZTD 창시자의 블로그와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줄이겠습니다.
현실에서 개발하기
'인터넷으로만 모여서 작품을 개발하는 것은 허상이다. 현실에 한곳에 모여서 개발해야 한다' 라는 제 믿음을 잠시 내려두고 온라인 친구들과 원격으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한곳에서 모여서 작업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정상 그게 안되는 사람들도 많아서요. 결국 원격 작업이 거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근성으로 개발을 완료 했지만..
의사소통이 너무 힘들었기에 원격 회의는 현실 회의를 절대 대체할 수 없다는 제 사상이 굳어지는 결과가 되었네요. 무엇보다 동기를 계속 부여하고 이끌어 나가기도 힘들구요.
작업 관리 도구 사용
애플 리마인더 덕분에 17년도 초중반에 밀어닥치는 대부분의 일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리마인더의 한계 때문에 여러 작업 도구를 테스트해보다가 Fantastical 2 에 몇개월간 정착했지요.
하지만 Fantastical 2 는 리마인더와 캘린더를 합쳐놓은 것이기 때문에 태스크 위주랑 조금 안맞았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저는 마감 일정을 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일정 위주보다는 작업 위주로 해야할 것들을 관리하는게 맞았거든요.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Things 3 로 갈아탔습니다. Things 3 는 GTD 기반의 프로젝트 관리 위주의 도구라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순전히 프로그래밍 위주로 돌아가는 작업은 애플 생태계가 아닌 서비스로 관리했습니다. 츤데레 아가씨를 개발할때 트렐로를 애자일 보드로서 참 편하게 사용했죠.
하지만 17년도에는 작업 관리 프로세스를 시간을 들여 정돈하지 않았다는게 많이 걸렸습니다. 무엇을 할것인가 논의하는 시간이 실제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 보다 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몇일을 싹 비워놓고 순전히 작업 관리 프로세스를 나에게 맞게 정돈하는 것을 시간을 들여서 몰아서 해놨어야 했어요.
'되는대로' 일단 모호하게 섹션을 나누고 카테고리화 해서 작업 관리를 했습니다. ZTD 방식 덕분에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큰 틀은 생겼지만, 그래도 딱 제게 맞는 작업 관리 도구가 있는게 아니라서 작업 관리할때 조금씩 매번 혼란이 생겼거든요.
올해는?
올해는 일단 Things 3 와 애플 제품의 생태계와 아이클라우드 및 여러 쓰고 있는 생산성 앱들을 제 자신에게 최적화 시켜서, 작업을 관리하는 방법을 개설할 것입니다.
날잡아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점검할거에요.
작년에 ZTD 방식 덕분에 작업 관리가 굉장히 매끄러워졌는데, 그래도 뭔가 딱 떨어지는 작업 관리 프로세스를 못만들어 놔서 개운해지지 못해서요!
물론 그게 완벽하게 순수하고 추상적이고 범용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개운해질때 까지 제대로 저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싶어서요.